제2의 테슬라 가능성? : 크리스퍼테라퓨틱스 CRSP (크리스퍼 기술 이해, 제2의 테슬라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회사일까?)
안녕하세요. 내일의 그래프입니다. 오늘은 제2의 테슬라라고 불리우는 크리스퍼테라퓨틱스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크리스퍼테라퓨틱스는 유전자 가위 삼세대 기술(CRISPR-CAS9)을 보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유전자 치료제를 만드는 기업입니다. 먼저 유전자 가위 삼세대 기술에 대해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크리스퍼의 정의를 알아보겠습니다. 크리스퍼란, 디엔에이상에 존재하는 18-40개로 구성된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하여 디엔에이 두 가닥을 "절단"하는 인공 제한효소로 손상된 디엔에이를 잘라내고 정상 디엔에이로 "교체"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의미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인식, 절단, 교체, 이 세단어가 키워드입니다. 하지만, 처음 이 정의를 읽었을 때, 손상된 디엔에이를 인식하고, 자르고, 그것을 정상 디엔에이로 교체한다는 내용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구체적인 메카니즘을 이해하기는 다소 어려웠습니다. 먼저 디엔에이가 무엇인지 정확한 이해를 해보겠습니다.

지난번 일루미나를 다룰 때 보았던 내용이지만, 디엔에이에 대해 복습을 한번 해보면, 모든 세포에는 세포핵이 있습니다. 세포핵에는 부모로부터 각 23개씩 물려받은 46개의 염색체가 있다고 합니다. 염색체는 실패 역할을 하는 단백질에 디엔에이 가닥이 촘촘하게 감겨 있습니다. 우측 빨간 상자와 같이, 이중나선 구조 가닥을 디엔에이라고 부릅니다. 이 디엔에이 가닥을 자세히 보면, 네가지 염기인, 시토신, 구아닌, 아데닌, 티민이 연결된 형태입니다. 여러분이 많이 들어보셨을 유전자(gene)는, 이 염기 순서에 맞춰 인체 모든 생명현상을 좌우하는 단백질을 합성하는 설계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 유전자들의 합을 유전체(genome)라고 부르고, 전체 유전체의 1%에서 1.5%만이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라고 합니다. 인간의 유전자 수는 이만팔천구백개 정도로 추정이 되고, 단백질 종류는 약 10만에서 20만 사이라고 합니다. 우선 이 기본적인 내용을 이해하셔야 크리스퍼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빨리 본론으로 안 가서 답답하시겠지만, 또 한가지 살펴보아야 하는 것은 바로 알엔에이(RNA)입니다. 알엔에이는 디엔에이와 비슷한 유전물질입니다. 리보핵산(RiboNucleic Acid)의 줄임말로, 디엔이에와 비슷하지만 구성 분자의 종류가 약간 다르고, 염기도 티민(T) 대신 우라실(U)이 쓰입니다. 결정적으로 디엔에이는 두가닥이지만, 알엔에이는 한 가닥으로 된 분자입니다. 두 가닥인 디엔에이는 매우 안정적이지만, 한 가닥인 알엔에이는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덕분에 알엔에이는 세포안에서 다양한 일을 하는데, 대표적으로 디엔에이의 유전 정보 중 일부를 복사한 다음,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전달"합니다. 또, 단순히 단백질을 만드는 역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반응을 일으키거나, 스위치를 켰다, 껐다 하는 것처럼 유전자가 작동하거나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도 합니다.

디엔에이가 안정적인 이유는 결합한 분자끼리 이미 결합해 있어서 다른 분자가 끼어들 공간이 없습니다. 반면, 한 가닥만 있는 알엔에이는 염기가 고스란히 열려 있어서 다른 염기가 달라붙을 수도 있습니다. 서로 결합할 수 있는 염기가 많으면 고리 모양처럼 말려서 그림과 같이 머리핀 모양이 생기기도 합니다. 알엔에이가 이런 구조를 가지면 특별한 기능도 할 수 있게 되는데, 디엔에이 조각을 자르는 제한효소로 활동하기도 합니다.

이제 다시 크리스퍼를 살펴보겠습니다. 크리스퍼는 혼자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카스나인(Cas9)이라는 단백질과 결합했을 때 비로소 유전자 가위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길잡이 알엔에이가 목표 디엔에이 염기서열을 "인식"하고 목표 위치에 달라붙으면 카스나인 단백질이 디엔에이를 "잘라"냅니다. 기존에 사용했던 유전가 가위는 네개, 많게는 열두개 정도의 염기서열만을 인식했기 때문에, 오류가 일어날 가능성이 항상 있었습니다. 하지만, 크리스퍼는 스물한개나 되는 염기서열을 인식하기 때문에 디엔에이의 어떤 부위든지 정확히 자를 수 있습니다. 스물한개까지 완벽하게 일치하는 부위는 전체 염기서열에서 두개 이상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전 유전자 가위들보다 더 빠르고, 더 쉽고, 더 저렴한 기술입니다. 하지만, 실제 실험에서 스물한개의 염기서열이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아도 자르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기 때문에 아직 다른 기술들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크리스퍼 기술의 우월성은 이전 세대 유전자 가위들보다 훨씬 빠르고, 저렴하고, 효과적입니다.

기존 탈렌보다 가격은 세배에서 여섯배까지 더 저렴해지고 있습니다. 저렴한 전기차 배터리가 전기차 혁신을 이끌었듯이, 저렴해진 유전자 가위 기술은 더욱 우리 삶에 침투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크리스퍼테라퓨틱스는 크리스퍼 기술을 통해 유전자 중단, 삭제, 수정 또는 삽입을 하여 유전자를 필요에 따라 변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서 유전병, 희귀병 등의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기업이 바로 크리스퍼테라퓨틱스라고 하겠습니다.

파이프라인을 먼저 살펴보시면, 유전적 요소로 인해 생기는 이상혈색소증(hemoglobinopathies)과 칼티(CAR-T)기술과 크리스퍼를 결합한 면역항암 치료제, 크게 두가지가 임상을 거치고 있습니다. 이상혈색소증은 베르텍스와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인간의 세포와 조직, 장기를 재생시키는 당뇨병 재생의학, 당원병 유전성 근육 장애, 근긴장장애, 낭포성섬유증 등 다양한 초기 리서치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총 아홉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중, 이상혈색소증과 칼티기술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겠습니다.

이상혈색소증은 비정상적인 혈색소의 부족으로 오게되는 질환을 지칭합니다. 혈색소는 적혈구에 있는 단백질로 산소를 몸 전체로 보내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상혈색소증은 낫형세포형(Sickle Cell Disease)와, 지중해빈혈(Thalassemia)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낫형세포형는 적혈구내 헤모글로빈에스라는 돌연변이형이 형성되면서 적혈구의 모양이 낫 같이 굽은 긴 모양으로 생겨나면서 쉽게 부서지고,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되어 빈혈을 일으키는 "유전병"이라고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증세가 나타나는데, 적혈구 수가 줄어들면서 호흡 곤란, 피로, 잦은 감염, 황달, 성장 장애 등의 증세를 보인다고 합니다. 산소 공급이 줄어들어, 폐, 신장, 뇌와 같이 산소를 많이 필요로 하는 장기들이 손상될 수 있고 생명을 잃을 수 있는 합병증이 유발된다고 합니다. 지중해빈혈은 적혈구의 헤모글로빈 부족에 의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이탈리아, 그리스, 중동, 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출생시에는 건강해보이지만, 출생 후 1년에서 2년 후에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정신이 혼미해지며, 성장하면서 피부가 노랗게 변한다고 합니다. 수술적인 방법으로는 골수이식을 시행하기도 하는데, 치료 도중 환자가 사망할 가능성도 높다고 합니다. 낫형세포형은 매년 삼십만명의 출생아가 가지고 태어나고, 지중해빈혈은 육만 정도라고 합니다. 시장이 작지 않습니다.

그런데, 태생 8주부터 자연스럽게 나타나기 시작하는 유전자 변형인 태아형혈색소 (fetal hemoglobin)가 이상혈색소증 증상을 줄이거나 없애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합니다. 크리스퍼테라퓨틱스는 이 유전자 변형을 발생시켜 태아형혈색소를 증가시켜준다면 효과적이지 않을까하는데서 시작합니다.

크리스퍼테라퓨틱스는 환자의 줄기세포를 채취한 뒤, 환자의 혈액 세포에서 건강한 헤모글로빌 수치를 증가시키기 위해 편집을 하고, 이 편집된 세포를 환자에게 다시 주입하였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투약받은지 9개월만에 지중해빈혈 환자는 더 이상 수혈이 필요 없고 거의 정상적인 헤모글로빈 수치를 갖게 됐다고 합니다. 낫형세포형 환자는 치료 4개월 만에 혈관 막힘 위험에서 벗어났고 혈색소 수치가 높아졌다고 합니다. 두 환자의 치료 성공률을 집계해보면, 지중해빈혈은 99% 이상, 낫형세포형 환자의 경우 94% 이상의 효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낫형세포형 환자의 결과만 보더라도, 수혈을 중단하고도 더 이상의 혈관폐쇄위기(VOC)가 없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얼마전 살펴보았던 중국의 암치료업체 그라셀 영상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당시 영상에서, 그라셀은 칼티(CAR-T) 방식을 사용하여 인체의 면역작용을 회피하는 암세포를 찾아내고 궁극적으로 궤멸시키는 방식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라셀이 환자의 세포를 사용할 수도 있고, 일반 공여자의 세포를 사용할 수도 있는데, 일반 공여자의 세포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발생 가능한 다양한 부작용, 거부작용 등을 방지하기 위해 크리스퍼(CRISPR) 방식을 활용하여 유전자 조작을 실행한다고 말씀을 드렸었습니다. 크리스퍼테라퓨틱스도 동일한 접근방식을 취하여 칼티 시장으로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씨티엑스일일공(CTX110)이 칼티 치료제 프로토타입의 명칭입니다. 크리스퍼테라퓨틱스는 아무래도 위와 같이 환자의 세포를 사용할 경우에는 3주까지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일반 공여자의 세포를 활용한 미리 준비된 세포를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즉각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그라셀은 동종 환자의 세포를 사용해도 22시간이면 세포가 준비된 패스트칼티(FasTCAR) 방식을 사용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면에서, 그라셀도 경쟁력이 있어 보입니다.

만약 크리스퍼와 결합한 칼티 기술을 토대로 고형암까지 확장할 수 있다면, 미국만 1005억달러, 전 세계적으로 2500억달러 시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양한 투여량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왔는데, 초기 결과에 의하면, 완전반응(complete response)이 나온 것은 총 11명 중 4명이 나왔다고 합니다. 완전반응이란 더 이상 암이 탐지되지 않는 결과입니다. 암의 크기가 확연히 줄어든 객관적 반응률도 총 4명이 나왔습니다. 합하여 8명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카르티치료제 사용 전에 많이 쓰여서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림프구제거(lymphodepletion)제를 쓰지 않고도 얻은 결과여서 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현재는 혈액암에 집중을 하고 있지만, 고체암까지도 확장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칼티 기술이 고체암에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알려져 있는데, 크리스퍼라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국과 유럽에 다양한 특허를 출원받았기 때문에 강력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2017년 유전자 가위 특허 소송에서 최초 연구자인 제니퍼 다우드나 버클리 교수가 승기를 잡기도 했습니다. 미국과 유럽 특허청은 다우드나 교수 등의 특허를 굉장히 폭 넓게 인정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농업시장으로 확장이 된다면, 증가되는 시장 규모만 1700억달러 규모의 시장입니다. 더욱 영양소가 풍부한 식량이 더 많이, 더 저렴하게 공급될 수도 있겠습니다. 이외 진단, 동물질별, 유전자저장 등 확장 가능한 시장이 무궁무진합니다.

크리스퍼 기술이 유망하기는 하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점들이 많이 있어 보입니다. 알엔에이 기술 최적화, 유전자 변형 기술 보완, 수정 기술 개선 등에 추가로 작업이 필요하겠습니다. 300명 이상 임직원을 보유한 크리스퍼 테라퓨틱스의 미래는 밝아 보입니다.

손익계산서도 살펴보시면, 아직 의미있는 매출은 없고, 당분간은 없을 예정입니다. 2019년에는 베르텍스와 협업 및 제품 라이센싱을 대가로, 매출을 인식하기도 하였지만, 원타임 매출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최근 12개월을 기준으로 2억달러 손실이 나고 있습니다. 다만, 재무상태표에는 14억달러의 현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연구에 충분히 집중할 수 있겠습니다.

결론을 한번 정리해보았습니다. 시장의 성장성 자체는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유전자 변형 제약 시장이, 2025년까지 158억달러 규모로 성장한다는 조사도 있고, 181억달러까지도 성장한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전 세계에는 유전자 변형으로 유발된 질병이 6000개 이상이라고 하여, 시장 자체는 무궁무진하겠습니다. 단순히 제약 분야 뿐만 아니라, 유전자 변형을 사용할 수 있는 농업 등의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 같습니다. 크리스퍼 기술에 대한 특허 전반을 보유한 테라퓨틸스의 경쟁력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칼티 기술로도 확장하려는 움직임은 매우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 임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상 환자수도 매우 적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보수적으로 보는 것도 필요하겠습니다. 다행인 것은 이상혈색소증은 1단계, 2단계를 같이 진행하고 있어서, 생각보다 빠를 수는 있겠지만, 기다림이 필요한 투자일 수 있겠습니다. 300명 이상의 임직원과 크리스퍼 기술을 공동 개발한 샤르팡티에 교수 등 리더쉽도 매우 우수합니다. 연 2억 달러의 손실이 나고 있지만, 충분한 현금과 투자자들이 있기 떄문에, 큰 이슈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단기적으로, 현재 임상 단계에만 집중하면, 기회가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크리스퍼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성을 고려한다면, 어마어마한 시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진입할 기회는 또 생길 것으로 보여, 차분히 모아가는 전략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제이의 테슬라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보이지만, 그 지위에 오르기까지 높은 변동성을 보일 수 있겠습니다. 오늘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