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주식: AMD 암드 (한 명의 천재 리사 수가 바꾼 회사의 운명, 인텔은 AMD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나?)
안녕하세요. 내일의 그래프입니다. 오늘은 우리가 많이 익숙한, 그리고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AMD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간략히 회사의 과거, 그리고 리사수의 리더쉽, 그리고 향후 전망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AMD는 1969년에 설립된 반도체 업체로, 초기에는 인텔과의 계약을 통해 시피유 호환제품을 생산하는 공급업체였습니다. 그러나 인텔과 상표권 분쟁에서 승리한 뒤 독자적인 노선을 걷기 시작했고, 2006년 6월 그래픽카드 생산업체 ATI를 인수합병하면서 본격적으로 그래픽카드, 지피유 시장에 진출하였습니다. 많이들 사용해보셨을 그래픽카드 라데온 시리즈가 ATI의 그래픽카드 브랜드입니다.

인텔이 2000년대 중반 출시한 시피유 코어투 시리즈에 완전히 밀렸던 AMD는 새로운 모듈 방식의 불도저 마이크로 아키텍처를 개발했고 이를 바탕으로 2011년 하반기에 잠베지를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잠베지 시리즈의 성능이 전 세대 시피유보다 못해 결국 AMD는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특히 모바일 시장의 성장세를 읽지 못하고 ATI의 모바일 그래픽 사업부를 퀄컴에 팔아버리기도 했습니다.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던 AMD는 결국 2015년 1억달러에 달하는 기존 재고를 청산하기 위해 새로운 제품 출시를 중단하는 사태에까지 직면하게 됩니다. 급기야 무디스는 투자부적격 등급을 매기는 일까지 발생합니다. 2011년 초 9달러 수준이던 주가는 2015년 말 2달러까지 떨어졌고 회사의 미래에 불안감을 느낀 인재들은 경쟁사로 짐을 싸기 시작하며 풍전등화의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리사 수입니다.

1969년 대만 타이난에서 출생한 리사 수 박사는 미국으로 이민을 간 대만계 미국인입니다. 1986년 MIT에 입학해 전기공학을 전공했고 웨이퍼 제작 관련 분야로 석박사를 취득했습니다. 1994년 텍사스 인스트러먼츠에 입사, 1995년 IBM 반도체 리서치 부서의 이사로 이직, 2007년 프리스케일로 이직해 회사의 기업공개를 성공시키며 공학적 전문성 뿐 아니라, 기업 전략에도 뛰어난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2014년 AMD의 대표이사로 취입하면서 회사를 살릴 구원투수로 등판하게 되었습니다.

리사 수 박사는 사장 취임 직후 7%에 달하는 인력 감축에 들어가며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동시에, 두개의 사업부로 나누어 집중력을 꾀했습니다. 하나는 PC 플랫폼과 그래픽카드에 집중했고, 다른 부서는 기업용, 서버, 콘솔 시장에 집중하였습니다. RX 200 시리즈 그래픽 카드의 가격을 낮추는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당시 비트코인 채굴붐이 잦아들며 채굴에 필요했던 고가의 그래픽카드 수요가 줄었지만 리사 수의 저가 전략에 힘입어 RX 200 시리즈는 지속적으로 판매됐습니다. 또한 GPU 시장의 외연을 플레이스테이션 등 콘솔 시장으로까지 확장해 수익원을 늘리는 전략을 짰기도 했습니다.

GPU 판매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실탄을 확보한 리사 수 박사는 비주력 사업에서 철수하고 CPU 개발에 집중했습니다. 2017년 젠 마이크로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라이젠 시리즈를 내놓았습니다. 당시 불도저 시리즈의 실패로 AMD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이었지만, 가격과 성능면에서 기존 자사 제품은 물론 인텔조차 압도했고, 시장의 파란을 일으키며 압도적 시장 지배자인 인텔을 위협하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 5월에는 대만 IT 박람회에서 무려 7나노미터 공정을 사용해 라이젠 삼세대인 젠투를 발표해 시장을 경악시켰습니다. 당시 인텔은 아직도 14나노미터에 멈춰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성능과 가격 모두 업계 1위를 앞지른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인텔이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시피유 시장에서도 점차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추세입니다.

제품군 정리를 해보면, 주력 제품은 중앙연산장치로 불리우는 CPU와 그래픽 처리 장치인 GPU입니다. CPU 시장에서는 인텔과 경쟁하고, GPU 시장에서는 엔베디이아와 경쟁하고 있는데, 각 시장에서 2위 사업자 자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위 그림에서는 오렌지로 표시된 부분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인텔의 CPU 점유율을 야금야금 가져오고 있습니다.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이 80% 이상인데, 그나마 엔비디아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는 평을 받고 있고, 라이벌 관계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외에는 서버시스템과 세미커스텀 솔루션도 있는데, 범용 서버 CPU로는 AMD가 인텔보다 저렴하면서 더 뛰어난 성능을 제공하는 에픽 시리즈로 조용히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세미커스텀 솔루션은 고객의 요청에 맞추어 제작하는 단일칩 시스템을 지칭하는데 CPU, GPU 등 여러 부품이 하나의 칩에 탑재됩니다. 대표적인 세미커스텀 제품으로는 플레이스테이션과 엑스박스 등 게임 콘솔에 납품되는 칩들이 있습니다.

손익계산서만 봐도 얼마나 압도적인 해였는지 볼 수 있습니다. 연간 매출은 97.6억달러를 기록했고 이는 전년 대비 무려 45% 성장률입니다. 매출총이익률도 45% 달성하였는데, 이는 5년 연속 증가한 수치입니다.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역대급 수치를 달성하였습니다. 연말 기준 보유 현금은 무려 22.9억달러로 그 어느때보다 재무적으로 건전한 상태입니다.

간략히, 가장 최근에 나온 4분기 실적을 살펴보겠습니다. CPU와 GPU 부분에서는 총 19.6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였습니다. 연간 성장률이 약 18% 증가율로 예상보다는 낮은 성장률을 보였지만, 질적으로 좋은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성장률이 낮았던 이유 대해서는, 바로 공급의 이슈라고 합니다. 현재 AMD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에 대해 자주 하고 있는 말이죠. AMD는 라이젠 5000 시리즈 칩셋의 생산을 TSMC에 맡기고 있으나, 추가 생산 라인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TSMC의 최대 고객인 애플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상태로 TSMC는 아이폰12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 5나노미터 공정으로 생산했고, 아이폰 13, 아이폰 14 물량까지 수주했다고 합니다. TSMC 공정을 애플이 사실상 독점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AMD가 삼성전자에 5나노미터 공정을 통한 지피유와 에이피유 위탁 생산을 맡길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러면서 2020년 4분기 AMD의 데스크탑 CPU 점유율은 19.3%로 전분기보다 0.8%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이렇게 AMD의 CPU 점유율이 하락한 것은 3년만의 일이라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공급 문제가 덜했던 인텔은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물량이 많이 풀리면서 점유율 회복에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삼성과 팹을 증설한다고 해도, 최소 2년이 걸리기 때문에, 인텔이 격차를 늘리는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제품의 근본적인 경쟁력은 아직 AMD가 더 높다고 하겠습니다. 게다가, AMD의 제품에 대한 수요도 굉장히 높기 때문에, 인텔은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되겠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바로 기업용, 서버, 세미커스텀 부문입니다. 13억달러의 매출을 거두었는데, 연간 성장률이 무려 176%입니다. 고무적인 것은 AMD가 인텔로부터 서버 분야의 점유율을 가져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인텔은 PC는 내주더라도 서버 시장에서의 압도적 점유율로 수익성을 개선해왔습니다. 서버 분야는 기존 데이터센터와 호환이 필수적이며 CPU로 교체 작업이 쉽지 않아 진입 장벽이 높았고, 지금까지 AMD가 공략에 어려움을 겪어온 이유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AMD 서버용 CPU를 채택하는 업체들이 하나둘씩 생기면서 조금씩 사업을 키워가는 추세입니다. 한 번 침투하면 거래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인텔 입장에서는 PC용 CPU 상승세보다 서버 분야 하락이 뼈 아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AMD는 차세대 에픽 프로세서를 공개했습니다. 리사 수 CEO는 “에픽 프로세서는 클라우드 서비스 슈퍼컴퓨터, 기업을 중심으로 채택되고 있으며 날씨예측, 기후변화, 에너지 탐사 같은 분야에서도 사용되고 있다”며 “AMD의 3세대 에픽 프로세서 ‘밀란’은 데이터 센터 기준을 재설정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AMD는 자일링스 인수를 통해 인텔과 더욱 거센 경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자일링스는 지난번에도 한번 살펴본 FPGA 전문업체입니다. 특정 연산을 위해 제작한 주문형 반도체 설계에 수년이 걸리는 반면, FPGA는 재설계가 가능해 활용도가 높습니다. 자일링스와의 합병으로 지분 희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바로 매출이 증대되는 효과와 시너지가 예상되기 때문에, 매우 긍정적인 합병으로 보입니다.

인텔도 반격을 준비하고는 있습니다. 그간 14나노 공정을 고수했던 인텔이 처음으로 공개하는 10나노 제품이 바로 '엘더 레이크'입니다. 이 제품은 10나노 슈퍼핀 기술을 탑재하고 있으며, 14나노보다 발전된 성능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과연, 이를 통해 인텔이 AMD의 성장을 저지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좋은 관전포인트일 것 같습니다.

수치상으로 인텔, 엔비디아와 비교해봐도 장점은 명학히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인텔의 예상 매출성장률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습니다. 매출이 성장할 것이라는 신호를 찾아보기 어렵고, 오히려 경영진들은 성장률 감소를 줄였다는데 초점을 맞추는 발언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인텔이라는 큰 배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을만한 절박한 움직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텔에서 30년을 포함해서 40년 이상을 테크 및 경영진 경험을 보유한 팻 겔싱어를 선임한 것으로 보입니다. 엔비디아 대비로는 매출은 조금 적지만, 밸류에이션은 거의 두배 이상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내년 매출성장률도 오히려 AMD가 엔비디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AMD에도 조금은 투자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술 전문가이자, 전략가인 리사 수 박사가 AMD에 있는한 회사를 잘 이끌 것이라는 믿음이 보입니다. 오늘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