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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주식(해외)

해외주식: 와이어카드(Wirecard) 회계부정, 시사점, 어떻게 그 많은 전문가들이 속아 넘어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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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주식: 와이어카드(Wirecard) 회계부정, 시사점, 어떻게 그 많은 전문가들이 속아 넘어갔나?

 

안녕하세요.

내일의 그래프입니다. 오늘은 독일의 대표적인 핀테크 기업이었던(?) 와이어카드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와이어카드는 독일의 대표적인 핀테크 기업으로 온라인/오프라인 결제 네트워크에서 카드 발급, 매입 프로세싱, 비지니스까지 수행하는 디지털 결제 솔루션 기업입니다. 비자/마스터카드와 연계하여 카드 발급도 가능하고, 온라인/오프라인 가맹점의 결제 프로세스도 담당하여 발급에서 소비까지 전 영역에 걸쳐 지급/결제 프로세스를 지원합니다. 네덜란드 회사 아디옌은 가맹점 매입 프로세싱에 있어서 주로 대형 및 중견 기업체가 주요 고객인데 반해, 와이어카드는 주로 중소기업 및 상인 위주의 고객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전 세계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아시아에서도 두각을 보였는데, 2018년에는 매출의 51%가 독일 외 유럽지역, 아시아 약 40%, 미국 9% 비중입니다. 1999년에 설립되었고  전자결제와 가상 신용카드 등의 분야에서 급성장해왔습니다. 2007년에는 싱가포르 지사를 설립해 아시아로 시장을 넓혔고, 2017년에는 미국 시장에도 진출하면서 2018년에 시가총액이 독일 최대은행인 도이체방크를 넘어섰습니다. 독일 국민들은 아마 우리도 핀테크 분야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회사들만큼이나 우리도 잘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을 것입니다. 제가 2019년이 아닌 2018년 수치로 말씀드린 이유는, 공식적으로 2019년 감사보고서를 승인받지 못하고 파산 신청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와이어카드는 최근 사내 보유금 19억 유로(2조 6천억원)가 사라졌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자그마치 2조 6천억원입니다. 와이어카드는 그 자금이 필리핀의 은행 두곳에 보관돼 있다고 주장했지만 필리핀 중앙은행은 이를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와이어카드는 19억 유로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했고, 결국 채권단에 35억 유로의 부채를 상환할 방법이 없자, 25일 기습적으로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이해가 안가는 것이 2019년 3분기 말 기준으로 70억 유로(약 8-9조원)의 총 자산을 가지고 있고, 50억 달러의 유동자산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19억 달러를 찾을 수 없다니 ...  게다가 그 큰 금액을 필리핀 은행에 보관을 한다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 사례를 보면서 느낀 것은, 투자를 하면서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요할 때는 냉철한 머리로 위험 요소를 판단해야 한다는 좋은 교훈을 주는 사례인 것 같아 공유하려고 합니다. 투자자들은 이런 위험을 감지할 기회가 없었을지, 적어도 주당 100유로에서는 매도할 기회가 없었을지. 같이 한번 살펴보시죠. 6월 17일 주당 100유로였던 주가는 지금 이 순간 1.9유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와이어카드는 1999년 벤처캐피탈의 지원을 받으며 뮌헨 인근에서 설립되었습니다. 웹사이트 운영자들이 고객으로부터 신용카드 결제금을 수금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닷컴 말기였기 때문에 거의 파산에 이르렀지만, 2002년 전 KPMG 컨설턴트인 마커스 브라운이 CEO로 취임하며 변화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2005년에는 망해가는 콜센터 그룹을 인수하며 독일증권거래소에 우회 상장하였는데 이 방식을 택한 것은 상장에 수반되는 엄격한 조사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당시 323명의 직원이 있었고 핵심 사업은 온라인 도박과 포르노 결제 관리였습니다. 이후에는 XCOM이라는 회사를 인수하며 은행 자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신용카드도 발급하게 되고 결제업무도 처리하게 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회사였습니다. 은행과 비은행의 중간 단계였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도 회사가 자체적으로 조정한 재무제표에 의존케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2008년부터는 조금씩 사업 확장이 이루어집니다. 이때도 재무제표가 이상하다고 주주들이 의혹을 제기했지만 오히려 독일 규제기관은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을 처벌하고 감옥에 넣어버립니다. 이유는 시장교란입니다. 와이어카드에 대한 보유 포지션을 공개하지 않고 시장을 교란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제기했다는 이유입니다. 이 사건 이후 주가는 8배 상승합니다. 이렇게 좋은 회사에 대해 허위사실을 뿌려? 거의 이런 태도로 본 것 같습니다. 2010년부터는 글로벌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2011년에는 주주로부터 5억 유로의 증자 (6-7000억 원)를 받게 되고 이것을 토대로 아시아 확장을 시작합니다. 

 


2015년부터 Financial Times가 본격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봐도 2.5억 유로의 자금(3000억원)이 모자란다는 것입니다. 이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Dan McCrum이라는 기자인데, 이때부터 갖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올해까지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하였습니다. 

 

이때도 너무나 많은 의혹들이 있었습니다. 아시아에 있는 다수의 회사들을 인수하면서 계약금조로 10% 미만의 계약금을 지급하는 것은이해할 수 있는데, 와이어카드는 과도하게 선계약금을 지급했고 이러한 내역이 재무제표에 잘 명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회사를 사면 인수 내역을 재무제표에 기입을 하여야 하는데, 특이하게 와이어카드는 "고객과의 관계"라는 명목으로 재무재표에 무형자산으로 기입을 하였습니다. 회사를 샀는데, 잘 쓰이지 않는 고객과의 관계라는 계정 항목을 이용한 것입니다. 회계원칙과는 잘 맞지 않는 방식입니다. 게다가 인수한 회사들은 상당수 부채가 자산보다 많았고 계속적으로 영업을 이어나갈지 불확실성이 있는 기업들입니다. 와이어카드 전체 자산을 볼 수 있는 연결재무제표와 자회사에서 공시하는 내역들의 불일치도 상당했습니다. 이러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와이어카드는 인도 결제 업체를 3.4억 불로 인수하며 아시아 확장을 계속 합니다. 미국에서는 시티그룹으로부터 충전카드 사업을 인수하며 북미 시장으로도 진출합니다. 시티그룹의 사업까지 인수하는데, 재무제표 상 조금 이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의혹 제기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때부터 독일에서 가장 위대한 핀테크 기업이라는 칭호를 받습니다.  주가는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40불이었던 주가는 거의 200불까지 올라갑니다. 2017년에는 아시아 11개 국에서 시티의 지급결제 사업을 인수하며 아시아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EY로부터 감사보고서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으며 투자자들의 무한사랑은 다시 시작됩니다. 그런데 2018년 3월 싱가포르 본사 법무팀은 내부 고발에 대한 제보를 받으며 재무팀에 대한 감사를 개시합니다. Round Tripping이라는 용어는 매출 부풀리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있지도 않은 거래처와 매출이 발생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서 돈을 주고 받고 하면 매출은 과대계상되는 효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거래를 꾸미고 수수료는 입금받고 하는 식으로 거래를 처리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목표를 달성한 우량한 회사라는 외형을 꾸미기 위해 이런 행동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의혹과 상관 없이 2018년 8월 주가는 역대 최고치인 191유로에 달하고 DAX 지수에도 편입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패시브 투자를 받게 됩니다. 독일인들 마음에는 우리가 실리콘밸리보다 못한게 뭐냐는 국뽕 정신이 아마도 생겼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부터는 하도 사건이 많아서 그래프를 확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2018년 10월에는 급기야 내부고발자들에 의해 시작된 조사가 무산됐다고 내부고발자들이 FT에 알렸다고 합니다. 싱가포르 경찰이 본사에 들이닥칩니다. FT는 2019년 1월 이 내용을 탑 기사로 올렸는데, 오히려 BaFin 독일 규제기관은 시장 교란을 이유로 FT를 조사했습니다. 주가가 일시적으로 100유로 아래로 향하자 BaFin은 공매도금지 조치를 내리고 그 이유로 독일 경제내에서 와이어카드는 너무 중요하다, 그리고 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라는 이유를 댔습니다. 이쯤되면 국뽕을 넘어서 독일 규제기관은  거의 뭐 공범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독일회사 와이어카드에도 실망했지만 규제기관도 어이가 없는 수준입니다. 

 


FT는 필리핀에 있다고 하는 와이어카드의 사업장도 방문해보았지만, 실제 찾은 것은 은퇴한 어부가 살고 있는 허름한 오두막이었다고 합니다. 와이어카든는 FT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협박합니다. 싱가포르 정부를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합니다. 이쯤되면 너무 어이가 없습니다. ㅎㅎ 연혁을 살펴보다가 너무 어이없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뜬금포로, 2019년 4월 와이어카드는 소프트뱅크의 9억 유로 (약 1조원) 투자를 공시합니다. 주식을 바로 투자한 것은 아니고 전환사채로 구조화한 것 같습니다. 진짜 소프트뱅크가 왜 거기서 나와 ... 동시에 같은 날 FT는 아웃소싱에 대한 후속보도를 내는데, 필리핀 싱가포르 두바이에 있는 3개 회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하였습니다. 역시 와이어카드는 헛소리라고 반박합니다. 

 


2019년 10월 FT는 지속적으로 후속 보도를 냅니다. 매출이 상당부분 과상되었고 실제 고객들의 존재여부도 불확실하다고 하였습니다. 쏟아져 나오는 의혹에 와이어카드는 KPMG를 선임하여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고 합니다. 12월에는 보유 현금이 실제로는 수탁계좌의 현금일 수도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매출이 일어나서 가맹점에게 가야 할 현금은 사실 와이어카드의 자체현금이 아니기 때문에 외부에 보관되어야 하는데 이거를 자기 현금과 섞어버리면 회계 자체를 믿을 수 없습니다. 급기야 4월에 KPMG는 실제 발생한 이익이 진짜인지 가려낼 수 없다고 언급합니다. 와이어카드는 감사인인 EY가 감사보고서를 승인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코로나로 연기해서 6월에 승인할 예정이라고 반박합니다. 그리고 6월 5일 여러 의혹에 대해 독일 경찰이 급습합니다. 이제서야 BaFin은 의혹에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합니다. 

그 이후는 이제 많은 분들이 아는 이야기입니다.
16일에는 필리핀 은행이 잔고가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고 합니다.
17일 종가는 104.5 유로였습니다.
18일에는 원래 2019년 감사보고서를 최종 제출하기로 되어 있는 날이었는데, 19억 달러가 "없었을 수도 있다"라고 합니다. 이 말투가 굉장히 특이했던 느낌이 났었습니다. 자기 돈인데, 없었을 수도 있어라니 ㅎㅎㅎ 
19일 전 CEO는 사퇴합니다. 그리고 25일 기습적으로 파산신청을 한다고 합니다. 


연혁을 아무리 봐도 투자자들은 적어도 손절할 기회가 무수히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후에 본 것이긴 하지만, FT가 이상징후를 많이 보여준 것 같습니다. 104.5유로를 기록한 6월 17일까지도 투자자들은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존버가 꼭 답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 일련의 기사들을 보면서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와이어카드의 파산 신청은 독일 경제계에 충격일 것입니다. 자동차 연비조작사건부터 이 와이어카드 사태까지 ... 우리가 아는 독일이 맞는지 싶습니다.


여기서 느낀 것 몇가지를 공유합니다. 

1.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의 투자는 나의 책임이고 무수히 많은 공부를 해야 합니다. 적어도 내가 산 종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꼭 확인해보는 습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만약에 속았다면 그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습니다. CEO는 과거에 어땠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기업인이 과거에 부정한 행동을 한적 있는지. 그 사례들을 꼭 공부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2. 두번째는 때로 전문가도 틀릴 수 있다. 전문가의 선택이 꼭 대답이 아닐 수도 있다. 제가 이렇게 유튜브 영상을 올리는 것은 사실, 제 공부 목적이 가장 큽니다. 수박 겉할기 식으로 알때와 사업보고서를 직접 뜯어보고 숫자를 볼 때 느끼는 만족감이 상당합니다. 이 영상을 보시는 많은 분들도 같이 공부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와이어카드는 독일 규제기관 BaFin, 10년간 감사를 담당한 E&Y, 환상에 사로잡힌 투자자들이 만든 괴물인 것 같습니다. 

3. 손절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손해보고 팔 수도 있다. 내가 투자했을 떄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사실이 나타났을 때 매도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4. 마지막으로 아직 진실을 파헤치고자 하는 저널리즘이 살아 있다는 사실. 이런 기자가 있다는 사실이 참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물론 많은 제보를 받았지만, 정말 저널리즘이 살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맥클럼 기자는 2015년부터 집요하게 이 문제를 파헤쳤습니다. 그리고 6월 22일 매우 담담하게 이야기합니다. 굿모닝. 그리고 내부고발자들에게 매우 큰 감사를 표합니다라고 합니다. 

피해야 할 종목의 예시 중 하나로 꼭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